올해 여름부터 사역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학기 초, 익숙해진 업무를 반복하다 보니 문득 이런 질문이 자주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왜 이렇게 일이 재미없게 느껴질까?"

처음에는 단순히 일이 편해져서 생기는 권태로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보내신 부르심을 잊어가고 있었고, 제가 섬겨야 할 선교사 자녀(MK)들을 진정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익숙함이 제 영적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영적 권태기를 벗어나기 위해, 가을 학기에는 의도적으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학교에서의 새로운 시도
먼저 학교에서 특별한 경력을 가진 교사들을 초청해 학생들에게 특강을 요청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우리 부서에서 특강을 신청한 13명의 학생들을 위해 피자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단일 행사에 음식비로 약 16만 원을 사용한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피자를 먹으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제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교회 사역의 확장
또한 저희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11월부터 부교역자로 취임하여 다양한 사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특히 중고등부 청년부를 담당하며 매주 예배 후 모임을 통해 학생들과 더 깊이 교제하고 있습니다. 낯선 땅에서 신앙의 뿌리를 내려가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보며, 다시 한번 사역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아내의 새로운 발걸음
공수정 선교사는 음악 교사 출신인데, 바젤 한글학교 소식을 접하고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음악 특강을 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음악적 재능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큰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선교지에서의 삶이 편해지고 익숙해지면서 자칫 생길 수 있는 자기만족과 영적 나태함을 경계하기 위한 조치들입니다. 물론 너무 많은 일로 지치지 않도록 지혜롭게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원래 11-12월은 한가한 시즌인데, 올해는 다양한 섬김과 활동으로 추운 겨울이 금방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저희도 익숙함 속에서 무뎌지지 않고 끝까지 달려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항상 저희를 기억하며 기도와 격려로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