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인 서지훈 선교사가 독일BFA로 가겠다고 결심할 때에 저는 개인적으로 인생의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체력적으로는 둘째인 이나를 출산한 지 100일이 조금 지난 후라 첫째 육아와 둘째 출산으로 몸이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적으로도 첫째를 낳고 육아 및 코로나로 공적예배도 개인 경건 생활도 무너져 있었고, 육아로 인한 사회생활의 긴 공백으로 자존감도 낮아져 있는, 삶의 여유도 없을 때 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선교사의 타이틀은 말도 안 되고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정말 자포자기 심정으로 혹시나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일 수도 있다는 단 1퍼센트의 가정으로 만약, 만약에 하나님이 저희 가정이 그 곳에 가길 정말 원하신다면 하나님께서 저 뿐아니라 저희 가족모두에게 같은 마음, 같은 뜻, 같은 생각 허락해주시고 하나님께서 후원도 모든 절차도 다 채워주세요. 모든 것이 준비가 된다면 순종하고 가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든 절차도, 후원도, 파송도 짧은 시간 안에 채워지고 준비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고 저는 정말 너무 가기 싫지만, 하나님께 한 기도가 있기 때문에 찍소리 못하고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남독녀인 제가 부모님을 떠나 선교지로 가게 될 때에 저희 부모님의 내려놓음의 과정도 사실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도 손이 많이 가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언어도 통하지 않은 낯선 타국에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느라 너무 힘들었고 힘들 때 마다 남편을 원망하는 제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두려웠고 하나님과도 제 인생에서 제일 서먹서먹한 관계였기에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경건 생활도 말씀을 통해 얻어지는 양분도 없이 그저 어떻게든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데,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삶을 살아가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삶을 남편 때문에 살아가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남편뿐 아니라 저희 가정을, 저와 이안이 이나를 이 땅가운데 보내셨고 그동안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돌아보게 하셨는데, 정말 때에 맞게 채워주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을 보게 하시는데 감사로 제 마음이 채워짐을 경험했습니다. 그 후 아이들이 아파도 막막하고 힘들고 외로울 때에도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고 저희를 위해 중보해주시는 동역자분들이 생각나며 그 기도의 힘으로 버티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MK이지만 부모님의 선교지가 아닌 자신의 선교지가 된 독일이 처음인 서지훈 선교사가 오자마자 학교에 출근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저희 가정을 잘 정착하게 하려 애쓰는 모습들, 그리고 저희 가정의 제사장으로써 말씀 붙잡고 살아가려는 노력이 눈에 보이며 또 버틸 힘을 얻고 감사하며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덧 1년이 지났고 제가 이곳에 서 있습니다.

정말 제가 고백하는 것은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정말 힘들도 지쳐있던 저를, 너무도 약한 저를 붙잡아 주시고 독일에서 1년을 버틸 수 있었던 힘. 정말 작은 예로,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제가 김치를 담그고 MK들을 불러 밥을 먹이고 손님들을 집에 초대하고 배달음식도 없는 그곳에서 이안이 도시락까지 싸며 나들이 갈 때도 도시락을 싸서 나가며 삼시 세끼 열심히 요리할 수 있었던 힘도 전부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기도해 주신 동역자님들의 중보기도 덕분이었습니다.

저의 신앙생활은 이제 와 보니, 굉장히 교회 의존적인 신앙생활을 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회의 공적예배와 기도모임을 열심히 참석하고 늘 반주로 예배자로 서 있을 땐 몰랐는데 육아로 모든 예배자의 자리에서 멀어지고 코로나로 공적예배가 무너지고 선교지에서 나 홀로 하나님께 붙어있으려 하니 개인의 경건생활의 훈련이 약해서 하나님과 독대하는 것이 서먹서먹하고 이게 무슨 선교사인가, 내가 선교사 자격이나 되나 라는 생각에 선교지에서 짓눌려 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의 기도로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깨달은 것은 요리를 싫어하지만 제가 담근 김치와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BFA의 한국 학생들, 삼시 세끼 열심히 하는 것도 사역이 될 수 있음을, 남편이 BFA의 MK들을 섬기는 것 처럼 저도 집에서 MK인 이안이와 이나를 잘 양육하는 것이 사역이 됨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MK들이 저희 가족의 일상을 보며 가정의 정체성과 표본, 모델링을 할 수 있다는 것 즉 저희의 일상이 사역이 된 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의 인생의 바닥을 보게 하시고 선교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는 첫해를 보내며 감히 그 시간이 광야였음을 고백합니다.

그저 버틸 수밖에 없는 그 광야의 시간 속에서, 귀하게도 하나님은 저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시고 교만함은 겸손으로 내 꿈이 아닌 하나님의 꿈,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일들을 하나님의 방법으로 경험케 하셔서 감사로 고백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저희 가정이 선교지에서 붙들었던 찬양 "광야를 지나며" 하나님께 찬양 올려드리겠습니다.